그 모습을 처음 목격했던 것은, 처음으로 몸을 섞고 난 후 침대를 공유하고 있었던 날이었다. 격렬했던 행위만큼이나 체력을 소진한 터라 선잠에 들어 있었는데, 옆자리에 누워 있던 그가 몸을 일으키는 것이 느껴졌더랬다.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어진 건가. 그를 등지고 있던 몸을 돌려, 졸음기로 인해 가물가물해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던 그 커다란 손으로.
손이 큰 걸까, 얼굴이 작은 걸까.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이 아니었던지라 실없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생긴 얼굴을 그렇게 가리지 말라고 무언의 언질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 손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얼굴을 가린 그 양 손 사이에서, 억눌린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으므로.
‘키세 료타’는 그렇게 울고 있었다.
***
그와 자신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그렇기에 늘 사람의 체온을 갈구하고 있었고, 사람의 애정에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서로에게 이끌렸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넘쳐흘러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누구에게도 감정을 나누어줄 수 없을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서로를 선택한 것은 역시, 그와 자신이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제대로 된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으면서도, 제대로 된 애정을 받길 원하는 그 서글픈 모습이 서로를 끌어당겼을지도 모른다.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와 자신은 닮아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곁에 머물기로 결정을 내린 이후로도,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내가 줄 수 없는 것은 그도 줄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줄 수 없는 것은 나 또한 줄 수 없다. 그 사실을, 그와 자신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자신이었다. 자신은 키세에게, 우리는 너무 닮아 있어서, 마치 거울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작게 웃더니 곧 이렇게 물었다.
[거울 너머의 나 자신과는 사랑을 못 나누잖아요? 그럼 우리가 관계 맺는 건 뭔가요?]
대답을 바라고 물어보는 것 같진 않았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한 것에 가까운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은 그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인 것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을 말을 거창하게 늘어놓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도 자신도, 정상이라는 범주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쉬이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생각 없이 꺼내는 말은, 자칫 잘못하면 자기 자신에게로 쏘아 보내는 비수가 되기도 했으니까.
자신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그는 다시금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내가 생각해봤는데 말이죠, 라고 운을 떼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거울 유리면에 손을 대고 있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거울 너머의 나 자신과 맞닿아 있다는 건 그런 거겠죠. 처음 맞닿을 땐 유리가 차가울지도 모르겠지만, 서서히 자기 체온으로 유리가 데워지면서… 마치 거울 너머의 나의 체온이 전해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지도 몰라요. ]
우리 관계는 그런 걸지도 몰라요, 라고 덧붙이면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은 그때까지도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화감이 가슴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거울을 앞두고 있는 것 마냥 닮았다고 먼저 이야기한 것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자신과 꼭 닮았다고 생각한 그에게서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툭 내뱉고 말았다.
[그런 게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착각’한다고 하는 것 아니었나.] 하고.
***
생각 없이 꺼내는 말은, 상대를 향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비수 같은 거였다.
그 대화를 나누었던 날 이래로, 그와 자신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같은 집에 살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같은 침대에 누워 잠들어도, 심리적인 거리감만큼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말실수를 한 걸지도 모른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말을 꺼냈으니 이미 끝이 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거를 계속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도, 자신도.
누군가에게 버림 받은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의 체온에, 애정에 목말라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서로에게 받았던 애정 또한 잊지 않고 있다. 비록 그것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행위에 가까운 것이었다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어그러진 관계를 새삼 다시 직시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와 자신은 이별을 통보할 수 없다. 누군가를 버리고, 누군가에게 버림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상처를 받을 게 분명하니까. 그도, 자신도 이별 자체가 무섭기 때문에 이별을 거론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었다.
***
오늘도 그는 한밤중에 깨어나 울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를 보듬어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가 이 행동을 자기 위로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여졌다.
그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은 알고 있었다. 그가 울음을 완전히 그친 것이 아니란 것을. 그는 남 몰래 눈물을 흘릴 땐 자그맣게 소리 내어 울다가, 이내 소리를 죽이고 굵은 눈물방울만을 흘리면서 우는 쪽이었다. 행여나 옆자리에 누운 사람에게 그 흐느낌이 들릴까봐, 그렇게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또 억누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그의 어깨가 흠칫, 하고 한 번 떨렸다. 그 떨림을 무시하고 그에게로 손을 뻗었다. 자신의 양 팔에 감싸인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목석이라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마음으로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잦아들었던 그의 흐느낌이 다시금 밖으로 새어나왔다. 어느 샌가 그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양 손을 떼고, 그 손으로 자신을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서로를 보듬어 안고 있다가, 그가 어느 정도 진정한 것 같다 싶을 즈음 입을 열었다.
“키세.”
“…….”
“…어깨, 다 젖었잖아. 얼마나 더 울 생각이야.”
“하하…, 너무하네요.”
“한밤중에 옷 다시 갈아입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그만 울어.”
그는 다시 한 번 ‘너무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도 이 이상 울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건지,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한 번 비비고는 살며시 떨어졌다.
“깨울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요.”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요.”
싱겁긴, 하고 대답을 하면서 이번에는 자신 쪽에서 그에게 살며시 기댔다. 체격 차이가 나다보니 기댔다기보다는 안긴 모양새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그의 몸에 기대어 체온을 느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운을 뗐다.
“…있지, 키세.”
“말씀하세요.”
“예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너와 난, 거울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닮았다는 그 말.”
“…기억하고 있어요.”
“그럼 그 이후에 나눴던 대화들도 기억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기억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대답을 촉구하지 않은 채, 혼자 이야기를 하듯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그렇게 이야기 한 건 나지만, 나 말이야, 네 그 말에는 위화감을 느꼈어.”
“…….”
“자기 체온으로 데워진 유리를, 거울 너머의 나 자신의 체온이라고 생각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니….”
“…….”
“있지, 키세.”
“말씀하세요.”
“나는 말이지, 너와 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닮았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네가 거울 너머의 나 자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진 모양이었다. 그의 대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차분히 다음 말을 꺼냈다.
“네가 울 때 같이 울기 위해서 네 곁에 머물기로 한 게 아니니까.”
“…….”
“네가 울 땐, 이렇게 안아주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
“…유키옷치.”
“난 너를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야 무척 비슷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누었던 체온을, 지금까지 나누었던 감정을 마치 자기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지 말아달라고 속삭였다. 착각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속삭였다. 그가 듣기에는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으로서는 최대한 용기를 쥐어짜내 이야기한 진심이었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침묵이 다소 불편해질 즈음, 그의 고개가 푹 수그려지듯이 끄덕여졌다.
다행이다. 이번만큼은 망설이지 않고 속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이걸로 안심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도 그에게 좀 더 파고들듯 안겼다. 거울 너머의 자신에게서는 느껴질리 없는,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가족이 없는 키세 료타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없는 카사마츠 유키오. 내면적 닮은 꼴. 애정 결핍?은 덤.
실제 이름은 이게 아닌데, 어린 시절에 버림 받아서 자기 진짜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둘.
'예전에도 지금도 서로의 진짜 이름은 알지 못한다' 라는 문구에서 컨셉 따온 건데 하나도 티가 안 남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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