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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시선이 마주쳤음. 아니, 그렇게 느낀 건 미도리마 뿐일지도 몰랐음. 하지만 타카오는 이쪽을 바로 직시하고 있었음. 마치 미도리마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그리고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서 미도리마가 있는 곳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오기 시작했음. 약간 멀찍이서 보이던 그의 얼굴엔 긴가민가한 느낌이 감돌았음.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차츰 가까워질수록, 타카오의 얼굴은 왠지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갔음. 그걸 눈치챈 미도리마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음.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다가, 또 마음을 준 인간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였음. 인간을 달래는 법을 모르는 미도리마로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음. 손으로 얼굴을 만져줄 수도 없음. 그렇다고 바람을 불러 일으켜 바람으로나마 그를 어루만질 수도 없었음. 겨울 바람은 인간에게 있어선 너무 차가웠으니까. 그렇게 미도리마가 홀로 고민하고 있을 때, 타카오가 다가오다가 살짝 걸음을 멈추었음. 그리고 입을 열었음. "...거기 있는 거 맞지...? 눈 때문에 잘 못 느꼈지만... 거기 있는 거지?"
타카오의 목소리에서는 울음기가 묻어나는 것 같았음. 늘 경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벼운 목소리였는데, 아까의 기도도 그렇고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목소리도 그렇고 가슴이 절절해질 정도로 슬픈 목소리였음. 타카오는 고개를 한 번 푹 숙이더니 다시 들어올렸음. 그리고 미도리마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음. "미안. 실은 나 보이지 않아...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확신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드니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타카오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음.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음.
"처음에는 말이지... 그냥 조금 공기가 다르다? 그런 느낌이었어. 그런 거 있잖아. 영험한 신사에 가면 그 영험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거.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야. 하지만 몇 번 더 찾아오고 나서 뭔가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 조금 떨어진 곳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거. 나와는 다른데, 무섭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 게다가 그쪽은 유달리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았으니까.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겠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풀을 짓이긴 곳에서 나는 그런 향그러운 냄새라고 할까?"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네. 아, 정말. 타카오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스스로가 답답했는지 손을 들어올려서 본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음. 그리고는 어딘가 기운이 빠진 듯한 미소를 얼굴에 걸면서 다시 미도리마 쪽을 응시했음. 일단 시작한 이야기는 마쳐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또 다시 두서없이 이야기 하더라도 그냥 들어만 달라고 덧붙이면서 다시 입을 열었음.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야. 이 곳을 들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거의 반 장난식이었는데... 올 때마다 네가 있는 것 같으니까.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으니까. 이곳이 더할 나위 없이 편해지기 시작해버렸으니까... 가지 않으려고 해도 이젠 스스로를 말리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어. 장마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래봬도 나도 좀 초조했다고? 몇 번이고 이곳에 오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결국엔 못 참고 우산을 든 채로 집을 뛰쳐나와 버렸던 거야.그리고 여기서 다시 너의 존재를 느꼈어. "
이 모든 말을 미도리마는 듣고만 있었음. 타카오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음.
"그리고 내가 돌아가려고 할 즈음, 빗줄기가 잦아들었을 그 때... 유일하게 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사람의 뒷모습... 옛날 복장... 그러니까 천이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것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키 큰 남자의 모습. 물론 아직도 확신은 못 하겠어. 그냥 내가 환영을 본 것 같기도 했거든. 간단하게 말하자면 헛것을 봤다, 정도?"
타카오의 말을 듣고 있던 미도리마는 살짝 놀라서 두 눈을 잠시 동안 크게 뜨고 있었음. 그 날은 유일하게 미도리마 자신이 먼저 타카오에게 등을 보였던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생각을 했음. 그때라면 분명 영감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렴풋이나마 '신의 존재'를 느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미약하긴 하지만 신의 향기를 맡을 정도의 감을 가진 타카오라면 그때 자신의 모습을 잘하면 볼 수도 있었을 거라고 판단을 내렸음. 바람을 불러오는 것정도는 신력을 그리 소모하지 않음. 공기를 아주 조금 움직이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자연의 법칙에 따라 거세게 내리는 장맛비를 묶어두는 건, 바람을 불러오는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신력을 사용해야 했음. 강한 신인 미도리마에게는 꽤 쉬운 일이긴 했지만. 여튼 짧게 이야기 하자면, 미도리마가 비를 묶어두기 위해 힘을 사용했고, 그 때 사용한 신력이 작용하는 범위 내에선 영감이 있는 존재들이 그 힘에 반응해 감이 예민해진다 해도 어폐가 없었음. 그렇게 생각을 하니 그때 처음으로 타카오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갔음. 그 당시 타카오에게는 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 먼저 등을 돌린 자신의 행동이, 처음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미도리마였음.
지금 미도리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타카오는,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음. 그 날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이 지대는 비가 내리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서 장마기간에는 역시 제대로 들리지 못했다고. 그리고 장마기간이 끝났을 땐, 못 만난 분량을 다 채우겠다는 듯이 더욱 많이 찾아왔다고. 그리고 자신이 올 때마다, 아니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본인이 느끼고 있던 '기운'이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져서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고 덧붙였음. 그러다가 타카오는 본인에게 있어 난생 처음으로 참새를 만져보았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음.
"물론 그때도 네가 바위 근처에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은 들었어. 참새는... 참새에게는 미안하지만, 참새는 구실이었을지도 몰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척 하고 네게 다가갈 구실. 물론 내가 다가가면 참새는 바로 날아가 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깜짝 놀랐어. 혹시 그것도 네가 도와준 거야?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는 말아줘. 뭐, 나는 그 대답을 들을 수도 없지만. 물론 볼 수도 없고. 그냥 내 멋대로 그렇다고 생각해 버릴거야. 여하튼... 그때 참새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꾸며서 내 이름을 알려주려고 했어.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자주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내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 ... 나는 네 이름도 모르는데 참 불공평하지? 하지만 내 자기만족이니까 상관 없어."
불공평하다는 타카오의 말에, 미도리마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음. [미도리마... 미도리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타카오에게는 닿을 리가 없었음. 타카오가 가지고 있는 '열린 감각'은 아무래도 후각와 육감 정도인 것 같았으니까. 미도리마는 약간 침울해진 얼굴을 했음. 그리고 자연스레 미도리마의 어깨가 아래로 살짝 축 쳐졌음. 하지만 그런 미도리마 자신의 감정보다, 타카오의 이야기가 더욱 중요한 것 같았기에 타카오가 다시 말을 시작하는 것을 얌전히 기다리기 시작했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타카오는 다시 말을 꺼냈음.
"근데 말이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던 걸까? 내가 이름을 알려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 사라졌잖아. 내가 이곳으로 찾아왔는데 네가 없었던 적... 그때까지는 없었잖아. 처음에는 그냥 엇갈린 건줄 알았어. 살다보면 가끔 엇갈리는 일도 있겠거니 싶어서,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 날이 거듭 반복되고... 공물을 바쳐도 없고, 돌탑을 벌써 여러 개 쌓아올릴 정도의 시간이 흘러도 널 느낄 수 없게 되다보니까... 그 때에야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그리움은 계속 늘어만 가는데... 이곳에 넌 없었어. 아니, 지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단지 내가 널 느끼지 못한 것뿐일까? ...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만. 기다림이라는 건, 그리움이라는 건 진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슬프고 아팠어.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좀 슬프고 아파. 이유를 물을 수도 없다는 게, 대답을 들을 수도 없다는 게 더 슬프고 아파. 그래서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했어. 더 이상 오지 않을테니까, 너만큼은 이곳에서 편히 쉬라고. 그래서 사당의 주인인 신님에게 빌었어. 만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만날 수 없다면... 이 모든 감정을 지워달라고. 힘들어... 힘들었어..."
그런데 참 웃기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네가 있네. 타카오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이야기를 했음. 방금 전까지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참고 있는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완연히 울음기 어린 목소리였음. 아니, 그의 얼굴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젖어들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냥 우는 목소리라고 해도 좋았음. 타카오는 그렇게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있었음. 그리고 감정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었을 때, 소맷자락으로 슥슥 본인의 눈가를 닦았음. 울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소매로 눈가를 문질러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타카오의 양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음. 그 붉은 빛이 안타깝게 느껴져서, 미도리마는 손을 들어올려 그에게 뻗었다가 거두었다가를 반복했음. 타카오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하다가 많이 진정된 목소리로 다시 말을 꺼냈음.
"신 님이 내 소원을 들어준 걸까? 그런 줄 알았으면 공물을 바치는 거나 돌탑을 쌓는 것말고 바로 치성이나 올려볼걸. .... 오늘처럼."
미도리마가 신체에서 나온 건 오늘 일이었으니, 아마 이전에 치성을 올렸다고 해도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음. 하지만 그 일을 타카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지는 않았음. 그래서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보듬어 안아주고 싶다는 눈으로 타카오를 바라보고 있었음.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닿지 않을 사과의 말을 건넸음.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단 것이다. 슬프게 해서 미안했단 것이다. 그리고... 널 사랑하는 내가, 널 아프게 해서 미안했단 것이다. 미안하다, 타카오.]
타카오의 목소리에서는 울음기가 묻어나는 것 같았음. 늘 경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벼운 목소리였는데, 아까의 기도도 그렇고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목소리도 그렇고 가슴이 절절해질 정도로 슬픈 목소리였음. 타카오는 고개를 한 번 푹 숙이더니 다시 들어올렸음. 그리고 미도리마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음. "미안. 실은 나 보이지 않아...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확신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드니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타카오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음.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음.
"처음에는 말이지... 그냥 조금 공기가 다르다? 그런 느낌이었어. 그런 거 있잖아. 영험한 신사에 가면 그 영험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거.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야. 하지만 몇 번 더 찾아오고 나서 뭔가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 조금 떨어진 곳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거. 나와는 다른데, 무섭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 게다가 그쪽은 유달리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았으니까.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겠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풀을 짓이긴 곳에서 나는 그런 향그러운 냄새라고 할까?"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네. 아, 정말. 타카오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스스로가 답답했는지 손을 들어올려서 본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음. 그리고는 어딘가 기운이 빠진 듯한 미소를 얼굴에 걸면서 다시 미도리마 쪽을 응시했음. 일단 시작한 이야기는 마쳐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또 다시 두서없이 이야기 하더라도 그냥 들어만 달라고 덧붙이면서 다시 입을 열었음.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야. 이 곳을 들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거의 반 장난식이었는데... 올 때마다 네가 있는 것 같으니까.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으니까. 이곳이 더할 나위 없이 편해지기 시작해버렸으니까... 가지 않으려고 해도 이젠 스스로를 말리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어. 장마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래봬도 나도 좀 초조했다고? 몇 번이고 이곳에 오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결국엔 못 참고 우산을 든 채로 집을 뛰쳐나와 버렸던 거야.그리고 여기서 다시 너의 존재를 느꼈어. "
이 모든 말을 미도리마는 듣고만 있었음. 타카오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음.
"그리고 내가 돌아가려고 할 즈음, 빗줄기가 잦아들었을 그 때... 유일하게 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사람의 뒷모습... 옛날 복장... 그러니까 천이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것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키 큰 남자의 모습. 물론 아직도 확신은 못 하겠어. 그냥 내가 환영을 본 것 같기도 했거든. 간단하게 말하자면 헛것을 봤다, 정도?"
타카오의 말을 듣고 있던 미도리마는 살짝 놀라서 두 눈을 잠시 동안 크게 뜨고 있었음. 그 날은 유일하게 미도리마 자신이 먼저 타카오에게 등을 보였던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생각을 했음. 그때라면 분명 영감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렴풋이나마 '신의 존재'를 느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미약하긴 하지만 신의 향기를 맡을 정도의 감을 가진 타카오라면 그때 자신의 모습을 잘하면 볼 수도 있었을 거라고 판단을 내렸음. 바람을 불러오는 것정도는 신력을 그리 소모하지 않음. 공기를 아주 조금 움직이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자연의 법칙에 따라 거세게 내리는 장맛비를 묶어두는 건, 바람을 불러오는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신력을 사용해야 했음. 강한 신인 미도리마에게는 꽤 쉬운 일이긴 했지만. 여튼 짧게 이야기 하자면, 미도리마가 비를 묶어두기 위해 힘을 사용했고, 그 때 사용한 신력이 작용하는 범위 내에선 영감이 있는 존재들이 그 힘에 반응해 감이 예민해진다 해도 어폐가 없었음. 그렇게 생각을 하니 그때 처음으로 타카오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갔음. 그 당시 타카오에게는 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 먼저 등을 돌린 자신의 행동이, 처음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미도리마였음.
지금 미도리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타카오는,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음. 그 날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이 지대는 비가 내리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서 장마기간에는 역시 제대로 들리지 못했다고. 그리고 장마기간이 끝났을 땐, 못 만난 분량을 다 채우겠다는 듯이 더욱 많이 찾아왔다고. 그리고 자신이 올 때마다, 아니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본인이 느끼고 있던 '기운'이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져서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고 덧붙였음. 그러다가 타카오는 본인에게 있어 난생 처음으로 참새를 만져보았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음.
"물론 그때도 네가 바위 근처에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은 들었어. 참새는... 참새에게는 미안하지만, 참새는 구실이었을지도 몰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척 하고 네게 다가갈 구실. 물론 내가 다가가면 참새는 바로 날아가 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깜짝 놀랐어. 혹시 그것도 네가 도와준 거야?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는 말아줘. 뭐, 나는 그 대답을 들을 수도 없지만. 물론 볼 수도 없고. 그냥 내 멋대로 그렇다고 생각해 버릴거야. 여하튼... 그때 참새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꾸며서 내 이름을 알려주려고 했어.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자주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내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 ... 나는 네 이름도 모르는데 참 불공평하지? 하지만 내 자기만족이니까 상관 없어."
불공평하다는 타카오의 말에, 미도리마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음. [미도리마... 미도리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타카오에게는 닿을 리가 없었음. 타카오가 가지고 있는 '열린 감각'은 아무래도 후각와 육감 정도인 것 같았으니까. 미도리마는 약간 침울해진 얼굴을 했음. 그리고 자연스레 미도리마의 어깨가 아래로 살짝 축 쳐졌음. 하지만 그런 미도리마 자신의 감정보다, 타카오의 이야기가 더욱 중요한 것 같았기에 타카오가 다시 말을 시작하는 것을 얌전히 기다리기 시작했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타카오는 다시 말을 꺼냈음.
"근데 말이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던 걸까? 내가 이름을 알려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 사라졌잖아. 내가 이곳으로 찾아왔는데 네가 없었던 적... 그때까지는 없었잖아. 처음에는 그냥 엇갈린 건줄 알았어. 살다보면 가끔 엇갈리는 일도 있겠거니 싶어서,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 날이 거듭 반복되고... 공물을 바쳐도 없고, 돌탑을 벌써 여러 개 쌓아올릴 정도의 시간이 흘러도 널 느낄 수 없게 되다보니까... 그 때에야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그리움은 계속 늘어만 가는데... 이곳에 넌 없었어. 아니, 지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단지 내가 널 느끼지 못한 것뿐일까? ...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만. 기다림이라는 건, 그리움이라는 건 진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슬프고 아팠어.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좀 슬프고 아파. 이유를 물을 수도 없다는 게, 대답을 들을 수도 없다는 게 더 슬프고 아파. 그래서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했어. 더 이상 오지 않을테니까, 너만큼은 이곳에서 편히 쉬라고. 그래서 사당의 주인인 신님에게 빌었어. 만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만날 수 없다면... 이 모든 감정을 지워달라고. 힘들어... 힘들었어..."
그런데 참 웃기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네가 있네. 타카오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이야기를 했음. 방금 전까지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참고 있는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완연히 울음기 어린 목소리였음. 아니, 그의 얼굴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젖어들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냥 우는 목소리라고 해도 좋았음. 타카오는 그렇게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있었음. 그리고 감정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었을 때, 소맷자락으로 슥슥 본인의 눈가를 닦았음. 울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소매로 눈가를 문질러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타카오의 양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음. 그 붉은 빛이 안타깝게 느껴져서, 미도리마는 손을 들어올려 그에게 뻗었다가 거두었다가를 반복했음. 타카오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하다가 많이 진정된 목소리로 다시 말을 꺼냈음.
"신 님이 내 소원을 들어준 걸까? 그런 줄 알았으면 공물을 바치는 거나 돌탑을 쌓는 것말고 바로 치성이나 올려볼걸. .... 오늘처럼."
미도리마가 신체에서 나온 건 오늘 일이었으니, 아마 이전에 치성을 올렸다고 해도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음. 하지만 그 일을 타카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지는 않았음. 그래서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보듬어 안아주고 싶다는 눈으로 타카오를 바라보고 있었음.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닿지 않을 사과의 말을 건넸음.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단 것이다. 슬프게 해서 미안했단 것이다. 그리고... 널 사랑하는 내가, 널 아프게 해서 미안했단 것이다. 미안하다, 타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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