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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심상이 연결되었을 때, 미도리마는 타카오의 꿈을 엿볼 수 있었음. 꿈은 온연히 타카오의 것으로, 미도리마는 그것에 관여할 수 없었음. 단지 지켜볼 뿐이었음. 타카오가 꾸고 있는 꿈이 파노라마처럼 천천히 흘러지나가기 시작했음. 타카오를 상냥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중년 남녀. 그리고 타카오에게 친근하게 매달리는 어린 여자아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밝게 웃고 있는 타카오. 한 손으로 다루기에는 유독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공을 가지고도 신나게 뛰노는 타카오. 그것은 타카오의 일상이자, 타카오의 행복이었음. 그에게 붙여두었던 바람을 통해서 읽어낸 적이 있는 풍경들임에도 불구하고, 타카오의 꿈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은 미도리마에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음. 타카오의 꿈에 미도리마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것처럼, 타카오의 일상과 행복에 미도리마가 억지로 개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자신이 그를 원하고 있다고 해도, 그를 강제적으로 제 곁에 묶어둘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음. 인간은,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자유의지가 있었음. 그가 원하지 않는 한, 자신의 욕망을 그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음.
타카오는, 타카오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로 본인의 삶을 살아가야만 했음. 자신이 그것에 개입해서는 안 됐음. 미도리마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음. 타카오의 일상 풍경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갔음. 그리고 낯익은 풍경이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음. 그것은 자신의 사당이었음. 그리고 그곳에서 타카오는 사당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타카오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너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의 일부로서는 남아 있는 거로구나.] 자신과의 만남이, 그에게 있어서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음. 조금이나마 그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편린으로나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음. 그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미도리마의 선택뿐이었음. 사당 앞에서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타카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가, 미도리마는 살짝 눈을 내리 감았음. 그리고 타카오의 꿈속에서 천천히 떨어져나오기 시작했음.
그 날의 일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미도리마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행동했음. 자신의 힘이 닿는 토지를 천천히 거닐며 확인하고, 이따금 사당으로 찾아오는 타카오를 맞이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음. 그리고 다시 그날 밤처럼 둥근 보름달이 뜬 날이 돌아왔을 때, 미도리마는 사당 옆에 있는 바위 위에 걸터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음. 유독 달빛이 시렸음.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달만 응시하고 있다가, 미도리마는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리고 늘 거닐던 방향과는 달리,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음.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어느새 미도리마 본인의 토지에서 벗어나 있었음. 그것을 깨달은 것은, 낯선 존재의 접근에 불안한 듯 흔들리는 초목때문이었음. 그러나 미도리마는 그에 개의치 않고 낯선 토지에 발을 디디며 점점 더 그 토지의 중심부로 향하기 시작했음. 토지의 중심부엔, 붉은 토리이가 번듯하게 세워진 신사가 자리하고 있었음. 미도리마는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에 첫 발을 내딛었음. 신인 미도리마의 몸에도 신사의 결계가 발동하는지, 미약하게나마 짓누르는 것 같은 힘이 느껴졌음. 하지만 살짝 신경에 거슬리는 정도일 뿐이었기에, 자신의 방문을 거부하는 결계를 헤집으며 계단을 올라 신사 안으로 들어갔음.
[여전하군, 아카시.]
미도리마는, 신도 위에 서 있는 한 존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음. 그리고 그 존재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미도리마에게로 다가왔음.
[낯선 이의 방문을 주시하는 것은 주인의 의무이자 역할. 게다가 방문한 이가 다른 땅의 주인이라면 더더욱.]
[어차피 너라면 내가 이곳에 발을 딛은 순간 나인 걸 알고 있었을텐데.]
[그렇기에 더욱 주시했다. 내가 알고 있는 너라면 사전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이곳에 올 리가 없으니까.]
미도리마, 하고 그의 입술이 그의 이름을 언급한 후 부드럽게 다물렸음. 미도리마는 아카시를 바라보다가, 그 말에 수긍하는 것처럼 가볍게 숨을 내쉬곤 눈을 내리 감았음.
[그래서 미도리마, 너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움직일 만큼 긴급한 용무라도 있는 건가?]
아카시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에 들어가려는 태도를 취하자, 미도리마의 어깨가 살짝 움찔거렸음. 그것을 본 아카시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살짝 좁혔지만, 일단 미도리마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음. 일말의 침묵이 두 존재 위에 내려앉았음. 미도리마는 다시금 숨을 짧게 내쉬고는, 눈을 떠 아카시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음.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이 되는 법을 알고 있나?]
[물론.]
[그럼 신이, 신에 가까운 존재가 인간이 되는 법도 알고 있나?]
[그래.]
아카시의 대답에, 미도리마는 어딘가 기대감에 찬 것 같은 눈으로 아카시를 바라보았음. 아카시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음.
[방법은 제법 간단하지. 현재의 삶에서 쌓아올린 것을 자연에, 세상에 돌려주고 윤회의 길에 오르면 돼.]
[...윤회.]
[신에 가까운 존재라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자연에 환원한 뒤 윤회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군.]
그렇군, 하고 대답한 미도리마의 목소리에 결의가 묻어나는 것 같았음. 하지만 아카시가 이어 내뱉은 말은 냉정하기 짝이 없었음.
[하지만 포기해, 미도리마.]
[?]
[넌 안 돼.]
넌 안 된다며 딱 잘라 이야기를 하는 아카시의 목소리에 미도리마는 눈을 크게 뜨고 아카시를 응시했음. 그러나 아카시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음.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고 변명을 할 수도, 자신이 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도 물을 수가 없었음. 그저 흔들리는 눈으로 아카시를 바라보면서, 아카시가 이어 말하기를 기다릴 수밖엔 없었음. 아카시는 미도리마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나지막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음.
[수지가 맞지 않아.]
[...]
[인간을 비롯해 다른 영혼이 신격을 얻는다는 매우 힘든 일이지. 하지만 그것을 버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워. 왜인지 알아?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쌓아온 것이 미미한 것이기 때문이야.]
[...]
[그러나 우리는, 다른 존재들에게 '신'이라 불리는 우리는 달라. 이 땅에 존재했을 때부터 그 격을 타고났지.]
[...]
[이제 이해했을까. '우리'는 그들과 격이 달라.]
[하지만...]
미도리마는 그래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음. 하지만 그 말이 미처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아카시가 손을 들어 그 말을 끊었음. 그리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상대를 질책하기도 하는 것 같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음.
[물론 신이라 불리는 존재에게도 가능한 일이긴 해.]
신에게도 급이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하고 아카시의 입술 사이에서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단호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음.
[하지만 미도리마, 너는 네가 존재하기 시작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도리마는 아카시가 하고 싶은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음. 미도리마는 질끈 눈을 감았음.
[기억할 리가 없겠지.]
아카시는 미도리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다 안다는 듯이 자문자답을 했음.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미도리마를 향해,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음.
[우리는 갓 태어난 신들과는 달라. 스스로의 기억이 희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랜 세월을, 이 토지와 함께 살아왔지. 애초부터 다른 것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다. 그런데 그 존재가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을 보내왔다면?]
[...]
[우리 자체가 자연의 섭리라는 천칭을 유지하는 것들 중 일부가 되어버린 거야.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그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좋겠지. ]
[...]
[우리가 사라져 버리면, 윤회의 길에 올라버리면, 모든 것이 어그러져 버릴지도 몰라. 예를 들면, 너와 관련된 인간의 운명이 뒤틀려버린다거나.]
그 말에 미도리마는 몸을 흠칫, 한 번 떨었음. 아카시는 다시금 낮은 한숨을 내쉬었음.
[그런 식으로, 네가 윤회의 길에 오르기 위해 버려 버린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세계는 '조정'에 들어가겠지. 수지타산에 맞게. 어느 것은 빼앗아가고, 어느 것은 보충하기도 하면서.]
[...]
[그래도 넌 그 길을 택할 셈인가?]
[....나는....]
아카시와의 대화를 마친 미도리마는 자신의 토지로 돌아왔음. 그리고 사당 옆 바위에 걸터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음. 분명히 이 자리를 떠났을 때에는 크고,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나는 보름달이 떠 있었는데, 어느새 달은 하늘 저편으로 져버리고 새로운 해가 동쪽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음. 하늘을 붉게 물들여가면서 떠오르는 태양은,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음. 마치 그 강렬한 빛에 자신의 존재가 스러져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그렇게 한참동안을, 미도리마는 하늘을,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음.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음. 미도리마는 바위에 앉은 자세 그대로, 타카오가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렸음. 오늘 당장 찾아오지 않아도 좋았음. 언제라도 좋으니 단 한 번, 자신을 만나러 찾아오기만 하면 되었음.
[그거면 돼.]
미도리마는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듯 중얼거렸음. 그리고 그가 몇 번이고 거닐었던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음. 그렇게 기다림이 계속되고, 밤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을 때, 그 길 위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음. 그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사당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음.
"오늘은 늦어버렸네... 설마 없는 건 아니겠지..."
타카오는 걱정이 어린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음. 하지만 이내 미도리마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환하게 미소를 지었음.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미도리마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다시금 조잘조잘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음. 그러나 그를 만나게 된 미도리마는, 그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음. 아니,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그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되었음. 미도리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타카오에게로 다가갔음. 그리고 타카오를 자신의 품 안에 가두듯이 꼭 끌어안았음.
"어라...? 향기가..." 여느 때보다 가까이서 느껴지네, 하고 타카오가 멍하니 중얼거렸음. 타카오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 닿았지만, 미도리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 그저 그를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테지만, 한동안을 계속 그렇게 하고 있었음. 멍해져 있던 타카오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것 같자, 미도리마도 그의 몸 위로 둘렀던 팔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음. 타카오의 얼굴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떠오르기 시작했음. 미도리마는 그 얼굴을 시야에 담고 있다가, 천천히 그를 향해 손을 뻗었음. 그리고 손바닥으로 그의 두 눈을 가렸음.
[미안하다, 타카오.]
미도리마의 입술에서 사과의 말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타카오의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더니 스르륵 그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음. 자세가 완전히 무너져버리기 전에, 미도리마는 쓰러지는 그의 몸을 받치고는 조심스럽게 땅 위에 눕혀주었음.
바닥에 눕혀진 타카오는 고른 숨을 내쉬면서 잠들어 있었음. 미도리마가 힘을 사용한 탓이었음. 잠든 타카오 곁에 앉아서, 애틋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미도리마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타카오의 뺨을 살며시 쓸어내렸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나마 그를 만지는 시늉을 하는 것 자체로도 미도리마는 행복하다고 생각했음. 무심코 손을 움직여 타카오의 입술을 손끝으로 건드리다가, 이내 손을 거두어 들였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온 거냐, 아카시.]
미도리마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어느 한 장소를 응시했음. 분명 아무 것도 없었던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샌가 아카시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음.
[재고할 생각은 없는 건가, 미도리마.]
미도리마는 고개를 내저었음.
[이미 결정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에 네게 답했듯이.]
아카시는 미도리마를 가만히 바라보았음. 그리고 미도리마가 대답을 했던 순간을 떠올렸음. 수지가 맞지 않아 어그러질 수도 있는데도 윤회를, 인간으로서의 환생을 선택하겠냐는 아카시의 물음에 미도리마는 이렇게 대답했음. '나는 그래도 인간이 되겠다.' '떠나보내고 나서 기나긴 시간을 홀로 슬퍼하는 것보다, 같이, 짧은 순간을 공유하며 그와 살아가고 싶다.' 라고.
[이후의 일은 제 아무리 나라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그래도 선택하는 건가.]
[그래.]
[어그러진 후의 저 인간의 운명과 네 운명이 교차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그 쪽으로 가겠다는 건가.]
[물론.]
미도리마의 대답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음. 그걸 아카시도 잘 알고 있었음. 아카시는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음.
['저 아이'의 기억을 지운 것에서 네 각오를 읽어낼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남겨놓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너를 위해서나, 저 아이를 위해서나.]
[아이가 아니라 타카오다.]
아카시의 말을 일부 정정해준 미도리마는, 잠들어 있는 타카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음. 그리고 여느 때보다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음.
[내가 사라진 이후의 일은 나도, 그리고 심지어 너도 모르지. 그래서 지운 것이다. 나와 관련된 기억이 타카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 내 존재가 사라진 걸 알고 슬퍼해주면 분명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쁘겠지. 하지만 그건 내 이기심일뿐이다. 그에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슬픔이라는 감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그러니 이게 타당한 것이다.]
[그렇군.]
아카시가 짤막하게 대답했음. 미도리마는 타카오를 좀 더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아카시 쪽을 돌아보았음.
[뒤를 부탁한다, 아카시.]
[별로 들어주고 싶은 부탁은 아니군.]
[훗.]
미도리마는 아카시에게로 손을 뻗었음. 아카시도 미도리마에게 손을 뻗었음. 두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미도리마의 손끝에서부터 은은한 빛이 나는가 싶더니 형태가 무너져가기 시작했음. 손끝에서부터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미도리마는 타카오 쪽을 응시했음. 그의 눈에 타카오를 담을 수 있는 한계의 한계까지. 더 이상 타카오를 볼 수 없게 될 즈음, 미도리마의 의지가 아카시에게 속삭였음.
/고맙다, 아카시./
[잘 가게, 친우여.]
한 마디의 인사말을 교환한 뒤, 미도리마는 한 줌의 빛이 되어 사라져버렸음. 그리고 그 빛마저 사라져버렸을 때,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음. 아카시는 잠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가, 타카오에게로 다가갔음. 그리고 타카오의 머리 위에 살짝 손을 얹은 뒤 언령 비슷한 것을 중얼거렸음. 그런 다음 손을 거두어들이고, 타카오를 내려다보면서 말을 걸었음.
[이제 깨어날 시간이다, 미도리마의 정인이여.]
[현재의 기억도 잃고, 과거의 추억마저 비틀려 버리겠지만 그것 또한 타카오라는 인간을 사랑한 신의 선택이니.]
[바라건대, '두 사람'의 연이 다시 닿을 수 있길.]
그 말을 남기고 아카시는 홀연히 사라져버렸음. 그리고 미도리마가 사라진 뒤 아카시의 힘으로 잠시나마 유지되고 있던 미도리마의 사당이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마냥 세상에서 지워졌음. 남은 것은 바닥에 누워있는 타카오 뿐이었음.
얼마 지나지 않아 타카오는 눈을 떴고, 낯선 곳에서 잠들어 있던 자기 자신에게 잠시 놀란 뒤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갔음.
*
과거가 바뀌고, 현재가 바뀌었음.
그러나 그들은 다시 만났음.
토지신과 인간 아이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비상한 재능을 지녔지만 그래도 평범한 아이와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진 평범한 아이로서.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났음.
유한한 삶 속에서, 서로만을 바라보고 서로에게만 온전한 애정을 바치는 그런 관계로.
그리고 그들이 맞이하게 될 결말은 신이 바랐던 것처럼 행복이 가득한 것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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