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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4 적먹 전력 참여
키워드 :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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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4 적먹 전력 참여
키워드 : 토끼
토끼가 도망가는 꿈은 재물이나 사람을 잃을 수도 있거나,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했던가. 아카시는 언젠가 심심풀이로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팔짱을 꼈다.
[늦었군…, 잘나신 여왕폐하가 히스테리 부릴 수도 있으니 어서 서둘러야겠어.]
품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토끼’를, 아카시는 먼발치에서 응시했다. ‘토끼’의 얼굴에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토끼’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회중시계를 다시 품 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를 주시하고 있는 아카시에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바닥에 나 있는 토끼 굴로 폴짝 뛰어 내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던 아카시 또한 발걸음을 움직여, 토끼의 뒤를 따라 굴 안쪽으로 뛰어내렸다.
*
‘토끼’는 체형에 딱 맞게 떨어지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신사의 매너를 보여주는 것처럼, 양 손에는 새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또한 높은 지적 소양을 드러내 보이기라도 하는 듯, 날렵한 콧대 위에는 모노클을 걸치고 있었다. 이렇듯 이지적인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토끼’는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토끼였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머리카락 위로 새하얀 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토끼 귀가 늘어져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아카시가 ‘토끼’를 주시한 이유는 현실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인간의 외형과 토끼 귀의 미묘한 조합 때문이 아니었다. ‘토끼’가 가지고 있는 얼굴이 그가 잘 알고 있는 한 인물의 얼굴을 쏙 빼닮았던 탓이었다. 무표정으로 있으면 약간 서늘해 보이는, 그리고 어딘가 염세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미형에 가까운 얼굴. 아카시 세이쥬로는 그 얼굴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토끼’는 아카시 세이쥬로의 연인, 마유즈미 치히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미로처럼 얼기설기 꼬여있는 토끼 굴 통로를 제 앞마당인 것처럼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가는 마유즈미를 뒤쫓기 시작했다. 아카시가 거리를 좁히며 집요하게 따라붙어도, 마유즈미는 주기적으로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할 뿐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아주 살짝, 오기라는 감정이 싹을 틔웠다.
*
마유즈미를 잡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카시는 그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희미해져버린 낯익으면서도 낯선 존재들과의 만남들을 뒤로 한 채, 마침내 아카시는 마유즈미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그제야 비로소 ‘토끼’는 그를 돌아보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형 같던 그의 표정에 점점 생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잡혔네.]
생기어린 표정과는 달리 웅얼거리듯 흘러나오는 투덜거림에, 아카시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잡았습니다.]
***
“뭐야, 그 꿈은. 자기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읽고 잤냐?”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아카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유즈미는, 어딘가 많이 낯익은 줄거리의 꿈 내용에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 그리고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잠시 내려놓곤 손을 뻗어 아카시의 이마 위에 손바닥을 가볍게 얹었다. 마치 어디가 아픈 건 아닌가, 하고 가늠을 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니면 네 성격이나 취향을 볼 때 그런 책을 읽고 잘 리가 없는데. 마유즈미의 얼굴 표정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표정 변화가 그다지 많지 않은 그의 얼굴을 보고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다 들여다보이는 아카시로서는 한숨이 나올 법 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먼저 스킨십을 해주는 것은 나름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한숨을 내쉬는 건 고사하고 그 손 또한 쳐내지 않았다.
“앨리스 시리즈라면 예전에 한 번 정도는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젯밤에 읽고 자진 않았지만.”
그리고 지금 어디 아픈 것도 아닙니다, 라고 물 흐르듯이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러자 이마에 닿아있던 그의 손바닥을 통해 그가 순간 움찔한 것이 미미하게나마 전해졌다. 그러나 그 떨림을 못 느낀 것처럼 아카시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유즈미는 조심스럽게 손을 거두어들이더니, 괜히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카시는 당혹감을 감추려 애쓰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무심코, 꿈이 시작될 즈음 떠올렸던 책의 한 구절을 입에 올렸다.
“그러고 보니, 토끼가 도망가는 꿈은 재물이나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도 하더라고요.”
커피를 마시며 애써 감정을 수습하던 마유즈미의 표정이 다시금 미묘하게 바뀌었다.
“꿈 해석까지 찾아봤냐? 너답지 않은데.”
아프지 않다고 하는데 실은 어디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가. 마유즈미의 눈빛에 의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 눈빛을 읽어낸 아카시는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아뇨. 전에 흥미 본위로 읽었던 책에 그렇게 쓰여 있었던 걸 떠올린 것뿐입니다.”
“진짜냐?”
“진짭니다.”
일단은 아니라고 하니 믿어주기는 한다만, 하고 마유즈미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그는 다시 아카시와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근데 사람은 둘째 치고 재물은 잃어봤자, 아니냐? 그 아카시 가문이 망할 리도 없고.”
“혹시 모르죠. 오늘 주가가 폭락한다던가.”
“그런 무서운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마라.”
“재미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네 농담에는 웃어줄 수가 없는 거야.”
“안타깝게 됐네요.”
자신의 농담은 빈번하게 혹평을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아카시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상념에 잠겼다.
이유는 다르지만 그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아카시에게 있어서 ‘재물은 잃어봤자’였다. 재물이라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손안에 쥐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딱히 그것에 대한 집착은 없었다. 물론 잃고 나면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현 상태로서는 그랬다.
하지만 그것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사람을 잃는 것이었다. 마유즈미의 얼굴을 하고 있던 토끼. 그리고 그의 얼굴을 하고 있던 토끼가 도망가는 꿈. 그 꿈은 마치, 마유즈미가 아카시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답지 않게 해몽에 연연하는 것처럼 토끼를 쫓고, 쫓고 또 쫓다가 마침내 토끼를 붙잡았다.
꿈속에서라도 아카시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꿈속에서조차 불안요소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유즈미 치히로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카시?”
상념에 잠겨있는 것이 생각보다 길어진 것인지, 마유즈미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단숨에 현실로 이끌려 나온 아카시는, 지금 떠오른 감정을 슬쩍 감추면서 그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꿈속에 나온 것처럼 마유즈미 치히로가 도망가는 토끼라면, 아카시 세이쥬로는 얼마든지 그 뒤를 뒤쫓는 사자가 될 것이다. 끝까지 쫓고, 쫓아서 마지막엔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물어 곁에 묶어놓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진짜 어디 안 좋은 거 아니냐, 너.”
“아뇨, 괜찮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치히로.”
“…기습 공격 하지 마라, 심장에 안 좋으니까.”
“하하하.”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묻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눈앞에 있는 토끼는 생각보다 사자의 곁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적 : 아, 근데 그거 아세요? 제 꿈속의 토끼는 치히로였습니다.
먹 : 소름돋네.
적 : 잘생긴 토끼였어요.
먹 : 그건 좋네.
적 : 치히로 외형에 하얀 토끼 귀가 달린...
먹 : ... 그거 잘생긴 거 맞냐.
적 : 치히로 얼굴엔 변화가 없었으니까 잘생긴 것 아닐까 합니다만.
먹 : 어... 어, 그래.
적 : (뭔갈 잠시 생각하다가 웃음)
먹 : 뭐냐, 그 웃음은.
적 : 아뇨, 잠시.... 풋.
먹 : 뭔데.
적 : 후후, 토끼는 30초면 끝, 이라고 하잖아요?
먹 : (뭔가 불안하다.)
적 : 그러고 보니 치히로도 꽤 잘 느ㄲ....
먹 : (아카시 입 막음)
먹 : 이 미친 도련님아
적 : (웃음)
섹드립이 난무하는 적먹(개그+캐붕)도 쓰고 싶었는데 쓰던 거랑은 안 어울려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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