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ts립] Ambivalence
[황ts립] Ambivalence 인포입니다.
카사마츠 여체화이므로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처럼 농구부 활동을 하고 있는 둘입니다만, 네임버스를 중심 소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1월 21일 황립황 온리전 올포웨딩에 위탁 판매를 맡길 예정입니다.
+ 재차 수정할 수도 있으므로 세부 묘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되도록 적은 수량을 출력할 예정입니다.
사양 : A5 / 신명조 / 중철제본 / 속표지 포함 36~40p 정도 / 4000원
Ryota Kise x Yukina Kasamatsu
(Yukio Kasamatsu TS)
Written by CYGNUS
사람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그래도 본질은 같은, 한 가지의 공통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 소망은 이 세상 어딘가에 자기 자신만을 위한 공주님이, 혹은 왕자님이 존재할 것이라는 꿈. 자신만을 아껴주고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꿈.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망을 이루기 전에, 운명의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현실과 타협해 버리고 만다. 운명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이 사람이야말로 영원토록 나를 사랑해줄 사람일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리고 몸에 떠오른 이름을 지우면서,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위화감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이렇게 되는 것 또한 자신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몇 번이고 자기 자신을 세뇌시키면서 스스로의 눈을 가려버린다.
어린 시절의 키세 료타는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속여 가면서까지 운명을 운운할 정도라면, ‘운명의 상대’이라는 것은 애초에 이 세상에 없는 게 아니냐고.
또한 어린 시절의 키세 료타는 이어 생각했다. 만에 하나라도 운명의 상대가 정말 있다고 해도, 운명의 상대라는 것이 그렇게 가치 있는 것일까 하고. 어차피 자신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누가 되었든 적당한 상대를 품에 안음으로써 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후손을 보는 것. 어른들이 바라는 것은 항상 변함이 없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조차 그와 다를 게 없다. 그 말인 즉,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는 것이 아닐까.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굳이 사랑을 전제로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루어지던 이루어지지 않던 별 차이가 없는 거라면, 그건 그냥 헛된 망상일 뿐이잖아?
키세 료타는 운명이라는 단어에 신물이 나 있었다. 운명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느 누구보다도 안도하고 있었다.
Ambivalence
[키세 군, 할 말이 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 정도가 되면 충분히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과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에 눈이 멀어버린 소녀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그 허황되기 짝이 없는 몽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사과처럼 불그스레하게 상기된 뺨을 하고, 기대감에 가득 찬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이 나의 운명인 것 같다고, 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달라고, 어서 나를 사랑해달라고 소리 없이 외쳤다. 그리고 그 소녀들은 하나 같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틀로 찍어낸 것처럼 같은 얼굴이었다.
[미안하지만….]
형식적인 사과의 말을 꺼내는 것도 어쩌다 한 두 번이어야지, 이렇게 자꾸 반복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무리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고백 자체에 신물이 날 수 밖에 없을 터였다. 게다가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그리 좋은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 이 상황이 마뜩찮았다.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도 다른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인지. 거푸집으로 찍어낸 것도 아닐 텐데.
그렇게 키세 료타는 오늘도 또 소녀 한 명의 환상을 부수었다. 포장한 말은 그럴듯하고 상냥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말의 진의를 파고들어가 보면 이보다 잔혹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냉정하고 단호하게 소녀의 운명을 부정했다.
키세는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면서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 그리고 모든 게 못마땅하다는 듯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한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결 좋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헤집듯 흐트러뜨렸다. 그 모습 자체가 비슷한 나이 또래인 소녀들의 연심에 불을 지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짐짓 모른 척 늘 흘려 넘겼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소녀들의 뜨거운 시선을 무시하면서 걸음을 옮기던 중, 그는 앞서 걸어가고 있는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 뒷모습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리기가 무섭게, 키세는 활짝 피어난 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그 쪽을 향해 달려갔다.
“카사마츠 선배!”
반가움이 묻어나는 것인지, 그의 목소리가 평상시보다 한 톤 높아져 있었다. 그런 그의 부름에, 카사마츠라 불린 사람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중략]
카사마츠 유키나를 만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처음 만났던 때는, 농구부 일정과 모델 촬영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남자 농구부 주장인 코보리를 찾아갔던 날이었다. 그러던 중 복도에 서서, 키세 자신보다 한 발 앞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에는 그냥 주장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인식뿐이었다. 그리고 저 대화는 도대체 언제 끝나려나,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대화가 빨리 끝나야 자신도 용건을 이야기하고 빨리 돌아갈 수 있는데, 하는 작은 푸념은 덤이라면 덤이었다.
그렇게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키세가 말을 걸기도 전에 코보리가 먼저 그의 존재를 눈치 채고 아는 척을 해왔다.
[키세?]
[안녕하세요. 일정 좀 조정할까 해서 찾아왔는데…, 이야기 나눌 시간이 안 될 것 같으면 다음에 올까요?]
기왕 저쪽이 먼저 말을 걸어왔으니, 키세는 최대한 빨리 용건을 마무리 짓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야기의 본론에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의논하고자 했던 내용을 짧게 추려 말했다. 그리고 지금 의논하기 힘들면 이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기 보다는 일단 돌아갔다가 다음에 찾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키세의 말에 대답을 한 것은 코보리가 아니었다. 줄곧 그와 대화를 하고 있던 카사마츠였다.
처음 만났을 당시의 그녀는 지금보다도 머리길이가 더욱 짧았다. 굳이 비유를 해보자면 방치해둔 탓에 약간 덥수룩하게 자란 커트머리 정도의 길이였다. 그 탓에 키세는 카사마츠가 여자인 걸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평균보다 키가 조금 클 뿐인, 비실비실한 체격의 남자 선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실이지만, 입학 초기의 키세는 상당히 삐뚤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은, 혹은 인정할 수 없는 상대에게는 굽히려고 하지 않았다. 언동에 신경을 써야 한단 생각 자체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키세는 기분이 나쁜 기색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당신한테 안 물어봤는데요?]
[…뭐? 당신?]
당신이라고 지칭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사마츠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하지만 키세는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얼굴로 계속 내려다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둘의 신경전에, 본의 아니게 둘 사이에 끼이게 된 코보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그는 카사마츠를 먼저 말려 보려는 것처럼, 그녀의 어깨 위로 가볍게 팔을 두르며 말을 건넸다.
[진정해, 카사마츠.]
[팔 치워봐, 코보리. 이 자식, 선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선배가 뭐 별 거 있슴까? 고작 나이 한 두 살 많은 것 가지고.]
코보리가 계속 말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오고가는 말은 갈수록 거칠어져만 갔다. 그러다가 키세가 선배가 뭐 대수냐는 듯이 대꾸하자, 그를 응시하고 있는 눈이 차갑게 식어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로 인해 불꽃이 일렁거리는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눈을 하고 있었는데도. 키세가 그 변화에 내심 신기해하고 있을 즈음, 그녀는 감정을 다스리려는 듯이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리고 눈빛만큼이나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너, 농구부지?]
언쟁을 하는 도중이었던 걸 생각하면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키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린 후 대답했다.
[그런데요.]
[네가 얼마나 잘난 놈인지는 그 건방진 태도를 보니까 잘 알겠는데 말이지….]
그래서요, 라고 되묻는 것 같은 얼굴을 하며 키세는 카사마츠를 직시했다. 이 사람이 만약, 선배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자신을 이겨먹으려고 한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기세를 꺾어놓고 말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어진 말은 그가 상상하고 있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선배랍시고 떠들어대던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배 대접을 하라는 게 아냐. 카이조에 입학했으면, 적어도 카이조 농구부에 들어왔으면, 너보다 먼저 들어와 학교와 팀에 헌신하고 있는 선배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라고.]
너도 이제 카이조의 키세 뭐시기일테니까, 라고 말을 맺으면서 카사마츠는 괜히 열을 냈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찼다. 그리고 물론 아직 불만은 많지만 이쯤에서 끝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어깨 위에 둘러져 있는 코보리의 팔을 풀어 내렸다. 그리고 코보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 이야기 나눈 사항에 대해서는 여자 농구부 측에도 전달해둘게.]
[응, 부탁할게. 매번 수고가 많네.]
[…너만 하겠냐.]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카사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며 키세를 한 번 힐긋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만 가보겠다고 덧붙이며 코보리에게 손을 가볍게 내저어 보이고는, 아무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잠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키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은 어조로 코보리를 향해 말을 건넸다.
[저 선배는…, 뭐하는 사람임까?]
코보리는 의아함이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질문에 대해 평이하게 대답했다.
[카사마츠 유키나. 카이조 여자 농구부 주장이야.]
*****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앞에서 선배 운운하며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코웃음만 난다. 하지만 그 날, 카사마츠와 나눈 대화는 키세에게 있어서 상당히 인상 깊은 것이었다.
단순히 나이가 많기 때문에 후배에게 대우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보다 먼저 학교에, 팀에 공헌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것에 대해 경의를 표해라.
지극히 수직적인 체육계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키세에게 있어서 그 말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스스로는 이 팀에, 이 학교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아직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카이조 농구부의 키세’라고 칭해진 순간 소속감이란 것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이조 농구부의 키세.’ 테이코 시절과는 다른 의미로 꽤 마음에 드는 명칭이라고 생각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녀가 해준 말을 곱씹고 있던 중, 키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카사마츠 유키나라고 하는 농구부 주장을 인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흔들리고 있던 마음의 갈피가 잡힌 만큼, 지금까지의 행동을 빠르게 바로잡기 시작했다. 키세는 자기 나름대로의 친근감을 표현하면서, 적어도 그녀와 남자 농구부 선배들에게만큼은 그들을 선배로서 예우하기 시작했다. 잘 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남자 농구부원들은 둘째 치고, 여자 농구부원인 그녀에게까지 살갑게 굴 줄은 몰랐던 것인지 카사마츠는 키세가 다가가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딘가 의심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슬쩍 몸을 한 발 뒤로 빼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키세의 행동에 꿍꿍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녀도 솔직하게 그를 후배로서 받아들였다. 마치 남매사이처럼, 심정적으로는 형제사이처럼 두 사람의 거리는 서서히 가까워져 갔다.
키세는 이성끼리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이 친밀한 관계가 내심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카사마츠는 키세의 곁에 있다가도 이따금 거리를 두는 것을 반복했다. 방금 전처럼, 그를 뒤에 두고 혼자 앞으로 걸어가 버렸다.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