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황립] 무제. 키워드 : 질투하고 있습니까?
입존불가_시그너스
2015. 2. 28. 23:27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피어난 꽃. 그런 꽃과도 닮았던 자신의 어머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꽃처럼 교태로운 미소를 짓고, 수면 위에 드리우는 달처럼 거울 속에 비치는 본인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매무새를 다듬고 또 다듬었던 어머니.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까 싶어서, 단장을 하는 어머니 뒤에 서서 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달았다. 저것은 한낱 꽃일뿐이라고. 자신의 아버지라는 태양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름다움이라는 싹을 틔워나가는 한 떨기 연약한 꽃일뿐이라는 것을.
그걸 완전히 인지한 순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이라는 존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게 느껴졌다.
*
어머니의 존재로 인해 이성에 대해서 환멸을 갖게 된 이후로, 유키오는 좀처럼 이성을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 말 한 마디 건네는 것조차, 얼굴 표정을 다스리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도 완치되는 것을 반쯤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궁 정원으로 산책을 나왔는데 왠지 소란스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일이지.
유키오는 그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것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마음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키오는 이 넓디 넓은 궁 내에서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몇 번째인지 손에 꼽을 수도 없는 후궁의 소생. 권력 구도에서 밀려난 황자.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운명. 그랬기 때문에 언제나 숨을 죽이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시끌벅적한 분위기라는 것은 좀처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 기쁘다고 즐겁게 지내겠는가. 무엇이 행복하다고 웃으며 지내겠는가. 웃었다고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었고, 행복해 보인다고 정실 태생의 형제에게 있어서 눈엣가시가 될 수도 있는 게 유키오의 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닫고 지내는 게 신상에 좋았다.
그래야 했을 터였다. 하지만 신경을 끄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 소란스러움이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유키오는 그 분위기에 휩쓸리기 전에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정원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을 주시했다.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듯이 어렴풋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에 띄어버리고 만 것인가.
유키오는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그리고 힐끔, 그 사람들에게로 한 번 시선을 돌렸다. 무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여자들이었다. 게다가 이성이라는 것 이상으로 유키오 자신이 불편하게 여기는 이복 누나라는 존재들이었다. 무시하고 정원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 그렇게 한다면 분명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돌아올 터였다. 비록 어머니에게 환멸을 느꼈다고는 하나, 어머니를 그런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것은 아들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로 있는 것뿐이었다. 이 행동은 유키오 자신의 자존심을 스스로 꺾어버리는 것일지는 모르나, 지금의 조용한 삶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질 않길 바라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기 전까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했던 인기척들이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사박사박 하고 천 스치는 소리와 함께, 흙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딛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가 되자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손 끝에 닿은 옷자락을 자신도 모르게 꾹 움켜쥐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유키오 아닙니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높은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 뻔 했다. 하지만 간신히 참아내고는 좀 더 고개를 아래로 숙여, 지금 인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겉으로 좀 더 드러내었다.
지금 유키오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사람은 정비의 첫째 딸이었다. 황위 계승권은 없으나, 적자라는 이유 하나로 황제의 귀여움을 사고 있는 여자였다. 남자로 태어났으나 계승권도 아비의 사랑도 받아본 적이 없는 자신과는 천지차이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성격에서 또한, 유키오 자신과 사뭇 달랐다. 좋게 말하면 고고한 성격, 나쁘게 말하면 거만한 성격이었다.
"이 내가 말하는데 인사는 그것으로 끝인 겁니까?"
이전이라면 분명 천출의 태생이라 그 모양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돌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좀 다른 것 같아서 아주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것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은 채,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움직여 다시 인사를 올렸다.
"...제국의 황녀님께 유키오가 인사 올립니다. 평안하셨는지요."
불편함을 이겨내도 육성으로 다시 인사를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무시뿐이었다. 이런 여자였다. 직접적으로 모욕을 주기 힘들 땐, 인사 등을 빌미로 모멸감을 안겨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마주치게 되는 여자들은 다 이런 걸까, 하고 자조적인 생각을 하면서 유키오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러나 시선만은 그들과 마주치지 않게 바닥에 꽂은 채였다.
"신, 키세 료타. 제국의 황자님께 인사 올립니다. 평안하셨는지요."
귓가에서 윙윙대고 울리는 여자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어딘가 청량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 시원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 자신이 했던 같은 인삿말에, 유키오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들어올리고 말았다.
금빛. 제일 먼저 인식한 것은 태양빛을 받아 한결 더 빛나고 있는 화려한 금발이었다. 그 다음으로 인식한 것은 금발만큼이나 화려한 이목구비였다. 꽤 잘생긴 상판이구나, 하고 생각할 무렵 그의 얼굴 위에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미소가 걸려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리고 유키오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은 정중한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공 덕분에...."
"키세 공, 이제 그만 이 정원에서 나가 다른 곳을 거닐도록 하죠.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을 보았더니 눈이 많이 피로해진 것 같습니다."
그의 인사를 받아 말을 되돌려 주려고 하자, 떼 지어 있는 이복 누이들 중 하나가 끼어들었다. 유키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허공으로 스러지는 것이 왠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아무런 불평도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시선을 땅에 꽂았다.
"저하께서 그러시다면야,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편이 낫겠군요."
그는 그를 에워싼 여자들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 그들 무리를 이끌고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키오는 떠나가는 그들 무리를 응시하고 있다가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그가 떠나기 직전 자신을 한 번 돌아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표정에서 또 한 가지 말을 읽어낼 수 있었다. 마치 질투하고 있냐고 묻고 있는 듯 했다.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에 가까운 그 미소가 뇌리에 박혀 사라지질 않았다.
가슴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질투인가. 유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 감정이 질투라면, 자신은 그를 질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곁을 차지하고 있는 누이들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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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쓰느라 퇴고 한 번도 못했다... 8ㅅ8
황자 카사마츠와 고관대작의 아들내미 키세 :Q... 카사마츠는 키세 보고 일단 첫눈에 반했단 설정!
그걸 완전히 인지한 순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이라는 존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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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존재로 인해 이성에 대해서 환멸을 갖게 된 이후로, 유키오는 좀처럼 이성을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 말 한 마디 건네는 것조차, 얼굴 표정을 다스리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도 완치되는 것을 반쯤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궁 정원으로 산책을 나왔는데 왠지 소란스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일이지.
유키오는 그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것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마음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키오는 이 넓디 넓은 궁 내에서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몇 번째인지 손에 꼽을 수도 없는 후궁의 소생. 권력 구도에서 밀려난 황자.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운명. 그랬기 때문에 언제나 숨을 죽이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시끌벅적한 분위기라는 것은 좀처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 기쁘다고 즐겁게 지내겠는가. 무엇이 행복하다고 웃으며 지내겠는가. 웃었다고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었고, 행복해 보인다고 정실 태생의 형제에게 있어서 눈엣가시가 될 수도 있는 게 유키오의 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닫고 지내는 게 신상에 좋았다.
그래야 했을 터였다. 하지만 신경을 끄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 소란스러움이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유키오는 그 분위기에 휩쓸리기 전에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정원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을 주시했다.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듯이 어렴풋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에 띄어버리고 만 것인가.
유키오는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그리고 힐끔, 그 사람들에게로 한 번 시선을 돌렸다. 무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여자들이었다. 게다가 이성이라는 것 이상으로 유키오 자신이 불편하게 여기는 이복 누나라는 존재들이었다. 무시하고 정원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 그렇게 한다면 분명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돌아올 터였다. 비록 어머니에게 환멸을 느꼈다고는 하나, 어머니를 그런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것은 아들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로 있는 것뿐이었다. 이 행동은 유키오 자신의 자존심을 스스로 꺾어버리는 것일지는 모르나, 지금의 조용한 삶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질 않길 바라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기 전까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했던 인기척들이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사박사박 하고 천 스치는 소리와 함께, 흙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딛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가 되자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손 끝에 닿은 옷자락을 자신도 모르게 꾹 움켜쥐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유키오 아닙니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높은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 뻔 했다. 하지만 간신히 참아내고는 좀 더 고개를 아래로 숙여, 지금 인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겉으로 좀 더 드러내었다.
지금 유키오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사람은 정비의 첫째 딸이었다. 황위 계승권은 없으나, 적자라는 이유 하나로 황제의 귀여움을 사고 있는 여자였다. 남자로 태어났으나 계승권도 아비의 사랑도 받아본 적이 없는 자신과는 천지차이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성격에서 또한, 유키오 자신과 사뭇 달랐다. 좋게 말하면 고고한 성격, 나쁘게 말하면 거만한 성격이었다.
"이 내가 말하는데 인사는 그것으로 끝인 겁니까?"
이전이라면 분명 천출의 태생이라 그 모양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돌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좀 다른 것 같아서 아주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것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은 채,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움직여 다시 인사를 올렸다.
"...제국의 황녀님께 유키오가 인사 올립니다. 평안하셨는지요."
불편함을 이겨내도 육성으로 다시 인사를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무시뿐이었다. 이런 여자였다. 직접적으로 모욕을 주기 힘들 땐, 인사 등을 빌미로 모멸감을 안겨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마주치게 되는 여자들은 다 이런 걸까, 하고 자조적인 생각을 하면서 유키오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러나 시선만은 그들과 마주치지 않게 바닥에 꽂은 채였다.
"신, 키세 료타. 제국의 황자님께 인사 올립니다. 평안하셨는지요."
귓가에서 윙윙대고 울리는 여자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어딘가 청량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 시원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 자신이 했던 같은 인삿말에, 유키오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들어올리고 말았다.
금빛. 제일 먼저 인식한 것은 태양빛을 받아 한결 더 빛나고 있는 화려한 금발이었다. 그 다음으로 인식한 것은 금발만큼이나 화려한 이목구비였다. 꽤 잘생긴 상판이구나, 하고 생각할 무렵 그의 얼굴 위에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미소가 걸려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리고 유키오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은 정중한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공 덕분에...."
"키세 공, 이제 그만 이 정원에서 나가 다른 곳을 거닐도록 하죠.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을 보았더니 눈이 많이 피로해진 것 같습니다."
그의 인사를 받아 말을 되돌려 주려고 하자, 떼 지어 있는 이복 누이들 중 하나가 끼어들었다. 유키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허공으로 스러지는 것이 왠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아무런 불평도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시선을 땅에 꽂았다.
"저하께서 그러시다면야,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편이 낫겠군요."
그는 그를 에워싼 여자들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 그들 무리를 이끌고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키오는 떠나가는 그들 무리를 응시하고 있다가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그가 떠나기 직전 자신을 한 번 돌아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표정에서 또 한 가지 말을 읽어낼 수 있었다. 마치 질투하고 있냐고 묻고 있는 듯 했다.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에 가까운 그 미소가 뇌리에 박혀 사라지질 않았다.
가슴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질투인가. 유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 감정이 질투라면, 자신은 그를 질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곁을 차지하고 있는 누이들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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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쓰느라 퇴고 한 번도 못했다... 8ㅅ8
황자 카사마츠와 고관대작의 아들내미 키세 :Q... 카사마츠는 키세 보고 일단 첫눈에 반했단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