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꽃] 키워드 : 꽃집

입존불가_시그너스 2015. 1. 20. 01:10

"꽃 고르시는 거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는 여직원이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일순 그녀의 도움을 좀 받을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기왕이면 자신이 직접 '그'를 위한 꽃을 골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직접 고르고 난 후에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익숙하지도 않고, 또한 어색하기 짝이 없는 관동 말씨를 사용하려고 하다 보니, 유달리 딱딱한 어조로, 그리고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대상으로 사용할 만한 어휘를 사용해서 대답을 하게 되었다. 그 점을 말을 내뱉은 후에야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직원을 한 번 흘깃 바라보았다가, 다시 진열되어 있는 꽃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색도 모양도 향도 가지각색인 꽃들이 한가득이었다. 사람 하나만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것 같이 좁게 나있는 통로를 거닐면서 하나 하나 살펴보고 있자니, 진열된 꽃들이 내뿜는 향기에 취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물이 담긴 보울에 몇 송이 띄워져 있는 꽃을 발견하게 되어,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여러가지 색의 꽃이 물 위에 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새하얀 빛깔의 꽃이 눈에 밟혔다. 물 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떠 있는 모습이, 왜인지 그를 연상케 했다. 범인들의 세계에서 홀로 부유하고 있는 것 같은 그를. 그럼에도 확고한 본인의 페이스를 갖고 있는 그를.

문제는 그 본인의 페이스라는 것이 남들이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이지만. 꽃을 잠시동안 내려다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이 꽃, 이름이 뭡니까?"
"수련이라고 해요. 꽃말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에요."

청초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서 여성분들께 선물로 드리기 좋은 꽃이에요, 라고 덧붙이는 직원의 목소리에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하지만 사람을 앞에 두고 웃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간신히 웃음을 참곤 그 꽃으로 미니 부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부케를 만들기 위해 수련 몇 송이를 가지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직원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그녀가 꽤 멀리 가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참았던 웃음을 흘렸다.

"그 녀석에게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라는 뜻이 담긴 꽃이라니. 안 어울려도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악동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 꽃을 그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이 꽃을 받고 질색을 할 녀석을 생각하니... 즐거운걸."

덤으로 친절하게 꽃말에 대해서도 읊어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계산을 위해 캐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느 때보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