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 : 센티넬버스 AU

키워드 : 두 손을 등 뒤로, 얼음 호수, 빠져 나갈 수 없는 미로


[싫어!] [안 가!] [못 가!] [∎∎∎!!]


거칠지만 아직은 앳된 티가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것은 환청에 가까운 것으로, 자신만이 듣는 목소리라는 것을 카가미는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예전부터 들렸던 것으로, 불현듯 찾아와 머릿속을 잠식해가곤 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통증을 수반했다. 그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라, 카가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카가미 씨, 괜찮습니까?”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고 있던 사람이, 백미러 너머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카가미는 두통으로 인해 흐릿해지는 눈의 초점을 다 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안 좋은 꿈이라도 꾼 모양이군요.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꿈이라고 해야 할지... 예전 기억에 가까운 거였습니다.”


이런 자신의 말에, 운전을 하고 있던 사람이 무심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카가미 씨는 기억상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하고. 그러나 그 본인도 말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입을 다물곤 시선을 돌려 정면을 주시했다. 카가미는 그 모습을 백미러에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과거의 기억 대부분을 잃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의 단절, 그리고 남겨진 추억의 소멸을 뜻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 입원해 있던 중, 한 단체에 소속된 사람이 접촉해왔다. 그리고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뒤, 이내 그 단체 소속 병원으로 자신을 호송해갔다.


타의로 이동하게 된 병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센티넬. 가이드. 이전에는 없던 케이스. 개화된 힘. 아마 그 이야기들은 자신이 멀쩡한 상태였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카가미는 무심코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의 자신은 의지할 곳이 달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이 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들은 자신의 재활 훈련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과거 기억을 일깨우는 것에도 신경을 써주었다.

그것이 가이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


차가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서, 가로등들이 잔상을 남기며 뒤로 흘러 지나갔다. 카가미는 그것을 응시하고 있다가 이내 눈을 다시 감아버렸다.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과거를 일깨울 때 가장 먼저 되찾은 기억이었다. 그리고 자신만 들을 수 있는 그 목소리와도 관련된 것이었다.


이미 과거와 한 번 단절되었기 때문에, 그 기억 속의 자신이 카가미 자신이라는 강한 확신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 때의 감정만큼은 자신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자신은 어린 소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어린 소년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셋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거칠게 저항했다. 그리고 이쪽을 향해, 간신히 한 팔을 뻗었다. 손을 잡아달라고, 구해달라고 외치는 듯한 얼굴로. 하지만 자신은 그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그에게 양 손을 뻗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두 손을 등 뒤로 숨길 뿐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것은 이별, 발치에 떨어지는 것은 눈물이었다.


떨어지는 눈물이 발치에 고이기 시작했다. 고인 눈물은 이내 호수가 되었고, 호수는 시린 이별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다. 그 얼음 호수 위에서 ‘카가미’는 발이 묶인 것처럼 멈추어 서 있었다. 흐려져만 가는 소년의 자취를 더듬으면서.


[미안해.]


과거의 왜곡된 기억을 따라 읊조리듯이, 카가미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눈꺼풀을 들어 올려 현실로 돌아왔다.


“카가미 씨, 곧 도착하니까 내릴 준비 하십시오.”

“...네.”


그 말을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탄 차는 한 저택의 출입구 안으로 미끄러지듯이 진입했다. 사회적 고위층이 살고 있을 거라고 해도 믿을 법한 번지르르한 저택을, 차 안에서 스쳐지나가듯 감상했다. 하지만 번듯한 외견과는 달리...


“공기는 험악하군.”

“역시 느껴지시는 겁니까? 확실히 가이드는 다른가봅니다.”


준비된 공간에 차를 주차하면서 그가 이야기를 했다. 이곳에는 좀처럼 통제하기 힘든 센티넬이 살고 있다고. 통제하기 힘든 만큼, 능력 하나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센티넬이. 그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통상 능력의 가이드 네 다섯 명이 붙어야 하지만, 카가미 씨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란 사족 또한 덧붙였다.


자신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그의 말에, 카가미는 작게 조소를 흘렸다. 가이드로서의 능력은 둘째 치고 자신은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 통제 불능의 센티넬을 붙이려고 하다니. 그 센티넬이 얼마나 골칫덩이였으면 이렇게 떠넘기려 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생각했다. 이용당해도 별 수 없지, 하고. 어찌 되었든 재활 치료를 도와주고, 기억을 되찾아주려 노력한 보답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중 겸 저택 안내역을 맡은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자, 그를 따라서 저택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점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공기를 통해서 누군가의 감정을 감지했다.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 처절함만큼은, 자신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소년의 목소리와도 같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곧 사라져 버렸다. 안내역을 맡은 사람이 어느 문 앞에 서서, 그 문을 열어젖힌 순간에.


“....!!”


방 안에 있던 한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소파 위에 나른하게 드러누워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무언가에 깜짝 놀란 것처럼, 상체는 반쯤 일으켜 세우고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카가미는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저 남자가 센티넬이구나, 하고. 그리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것 같은 감정을 발산하고 있었던 사람이 저 남자구나, 하고. 그리고 또한 시선이 마주친 순간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기억 상실이라는 빠져 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혀버린 자신에게 있어서, 저 남자는 미궁을 빠져나갈 하나의 단서이자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사실을. 왠지 모르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네 전속 가이드가 될 카가미다. ...잘 부탁한다.”


>

센티넬 아오미네 + 가이드 카가미. 

카가미는 사고 후 기억상실, 그리고 후에 가이드 능력 각성.

[∎∎∎!!] 는 아오미네가 카가미를 '타이가' 라고 부른다는 그런.. 거... ㅇ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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